눈물이 마르면 화분 하나를 사요 (1)

 

 

파도가 넘쳐서 너의 발을 적신 건 

고래도 가끔식 울기 때문일 거야

 

 

함선영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 '아 되게 작은 책이네' 생각했다. 무슨 내용이길래? 에게 되게 단편 시인건가 문장인건가 이것도 시라고 부를 수 있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후루룩 넘기면서 가장 처음만난 시가 이 '고래의 눈물(내가 지었다)'라는 시였다. 시라는건 꼭 길고 분석을 해야하는게 아닌 '... 아!'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무심코 지나친 파도가 어쩌면 지구과학에서 배우는 지구와 달사이의 인력어쩌구저쩌구가아니라 고래의 눈물 한방울들이 모여 넘쳐흘러 내발아래로 다다랐다는 것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 감동.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갔던 조그마한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그 감성과 감정, 관찰력. 그런 것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지나가는건 자동차요, 굴러다니는건 쓰레기요, 내발을 적시는건 짭짤하고 찝찝한 소금물이요, 씽크대 아래 오래 묵혀둔 싹튼 감자는 버려야되는 것이 아닌 것들로 볼 수 있는 시각. 

만약에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감성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도 조금 세상살아가는게 흥미진진이라기보단 호기심 넘치고 반짝이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20/05/12 - [분류 전체보기] - 눈물이 마르면 화분 하나를 사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