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

지난 4백 년 사이에 인간은 이 지구상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회복불능의 규모로 쪼그라뜨리는 두번의 충격적인 과학적 발견과 만난다.

 

하나는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등이 내놓은 지동설의 충격이고 다른 하나는 다윈 진화론의 충격이다. "지구가 돈다."라는 사실은 지금은 누구에게도 충격이 아니다.

 

그러나 1610년 갈릴레이가 쓴 작은 책자 <별의 메세지>(Sidereus Nuncius)가 담고 있었던 진정한 메세지는 이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인간의 위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에서 인간이 서서히 알게 된 더 궁극적인 메세지는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지위가 너무도 미미하다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우주 자체가 목적이 없고 무의미하며, 따라서 그 '무목적의 우주'(purposeless universe)에서는 인간 존재 자체가 어떤 의미도 목적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400년간 인간은 그 '무의미성'(meaninglessness)의 진실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가, 우주가 무의미하고 세계가 무의미 할때 인간은 어디서 어떻게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고심한다.

 

그러나 지금 적어도 과학의 눈으로 보면 그 무의미성은 그 자체로 과학의 진리이다. "우리가 우주를 더 잘이해 하면 할수록 우주는 의미 없어진다." 1979년 노벨상을 받은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언명이다.
 

 

 

인간 존재의 무의미성과 무목적성을 거듭 확인시키려는 듯 충격의 두 번째 폭탄을 들고 나온 것은 진화론이다.

 

이 지상에서의 생명체의 출현은 누군가의 설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극히 우연한 사건이고 그 우연한 출발 이후 지금까지의 생명의 진화 역시 무슨 의도나 목적을 가진 사건이 아니라 아무 플롯도 없는, 구태여 있다면 적응의 명령에만 충실한 맹목적 사건이다.

 

진화 그 자체는 목적에 대해 맹목이며 의미에 대해서도 맹목이다. 진화론의 이 진실이 인간에게 제시하는 것은 결국 의미 없는 세계이며 그 세계에 우연히 출현한 의미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보고서이다.

 

이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과학이고 과학적 진리이다. 그리고 그 진리는 인간에게 '무의미한 세계'(meaningless world)를 안기고 그 세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내어야 하는가라는 역설적이고 부조리한 작업 과제를 안긴다.

 

니체 이후 지난 한 세기 동안 철학과 문학의 상당한 직업들은 이 무의미성의 문제와 정면으로 대면하고 허무주의의 유령과 씨름하는데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가치탐색 - 4장 삶의 의미와 무의미 :

작고푸른점 -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 (시작하기전에)